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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동남부 연안의 아름다운 도시, 멜버른에서 서쪽으로 1시간 30분 정도 차로 달리면 발라랏(Ballarat)이라는 작은 도시에 닿는다. 이곳에 있는 발라랏 야생동물공원은 캥거루와 코알라뿐만 아니라 호주에 있는 여러동물들을 보고 직접 만지고 쓰다듬지 않고는 못 배기는 동물애호가들을 위한 맞선 장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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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쩍풀쩍, 혹은 깡충깡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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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라랏에서 유명한 관광포인트인 소버린 힐에서 차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야생동물공원에 도착한 것은 햇빛이 화창한 2월의 어느 오후. 남반구의 여름도 이제 그 끝이 보여 머리 위 하늘은 높고 이마를 스치는 바람은 상쾌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땀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것에 대한 기대에 더 마음을 쓸수있게 될 무렵에 이곳을 찾은 셈. 이런 걸 두고 완벽한 타이밍이라 해야하나? 이런 하늘 아래서라면 그 만남의 대상이 무엇이든 쉽게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을 것만 같다. 울타리를 사이에 둔 '면회' 같은 만남이 아니라 '소개팅' 에 나온 사람마냥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상대방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만남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원 정문을 들어서면서 기대했던 것은 실제 눈앞에 펼쳐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캥거루는 호주에서 워낙 잘 보존되고 있어 멸종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아무렇게나 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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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은 캥거루들이 풀밭 위를 껑충껑충 뛰면서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래서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공원 풍경은 의외였다. 캥거루들은 공원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대신에 풀밭에 널브러져 있었다. 너무나 평화로운 표정으로, 너무나 나른한 몸짓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식곤증이 몰려오는 오후라서 그런가? 하긴, 이곳이 생사의 투쟁으로 가득찬 세렁게티 초원도 아닌데, 손님의 상상력이 다소 과했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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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들의 여유로운 모습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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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이를 가득 담은 바스켓을 손에 들자 이들의 눈빛에서도 어떤 변화가 읽힌다. 아, 저쪽 양지바른 곳에 배깔고 누웠던 녀석은 벌써부터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그리고는 풀쩍풀쩍,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다시 가까운 곳으로 시선을 돌렸을 땐 이미 주위는 캥거루들로 포위가 끝난 상태. 껑충껑충 풀밭 위를 뛰어다니는 역동적인 장면을 선물해 주지도 않았으면서, 이들은 마치 아이처럼 대가 없는 보상을 원하고 있다. 바스켓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한쪽 팔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물론, 치사하게 먹는 것 가지고 캥거루들과 협상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한 움큼 가득 곡식을 퍼서 앞으로 내밀자 수염이 숭숭 난 기다란 주둥이들이 손 바닥에 키스를 한다. 두 앞발로 마치 악수하듯 손을 부여잡고는 낼름낼름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다 먹을 때까지 놓아주지 않는다. 덩치가 좀 있는 녀석이 붙잡고 있을 때는 팔을 빼기도 쉽지 않다. 그러는 사이 눈치가 없는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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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 성질이 급한 건지, 바스켓에 아예 머리를 박는 녀석도 있다. 그건 반칙이야! 버럭화를 내며 뺏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싸울 일이 따로 있지. 인간과 동물이 함께하는 공간에선 전적으로 인간이 양보하고 이해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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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같은 사람들과 형제같은 동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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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들을 헤치고 나오자 이번엔 타조같이 생긴 커다란 새 두 마리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호주에만 사는 새인 '에뮤(Emu)'는 타조보다는 조금 작고 목도 짧지만 타조보단 잘 생겼다. 이들도 바스켓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캥거루들이야 축축한 혀의 감촉만 감매할 수 있다면 먹이 주는 것이 전혀 두려울 게 없지만, 뾰족한 부리를 가진 에뮤들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콱, 콱, 하고 사정없이 쪼아대는 통에 손 바닥엔 빨간 '키스마크'가 나기 시작한다. 꽤 아프지만 그래도 참을 만 하다. 참을 만한 정도가 아니라 맨손으로 먹이를 주기엔 위험한 친구들도 여럿 있다. 길이가 3미터에 이르는 악어는 곡물이 든 바스켓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숙련된 사육사들이 들어 오고, 생선이 가득 든 바스켓에만 반응을 보인다. 집게로 조심스레 생선 토막을 꺼내 앞으로 내밀면 그 육중한 몸이 잘 맞는 야구공마냥 튀어 오른다. 공원 한쪽에 있는 울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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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 안에 숨어 지내는 '태즈매니안 데블' 역시 악어들처럼 '어떻게 풀만 먹고 사니' 하는 신조를 가졌다. 겉보기에는 뚱뚱한 개 정도로 보이지만 '악마' 라는 무시무시한 이름만큼이나 쉽게 친해지기 힘든 성격을 갖고 있어 동물학자들 사이에서 세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동물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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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다고 무시하지 말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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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바니, 로드러너와 함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루니툰즈'의 주요 등장 캐릭터인 '개구쟁이 태즈'가 바로 이 녀석을 모델로 했다. 그 성격을 만화에까지 그대로 갖고 가서, 태즈는 항상 회오리바람을 몰고 다니면 여러 가지 개구쟁이 짓들을 하고 천방지축으로 일들을 벌여 놓는다. 그리고 코알라. '느림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느라 인형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이 많은 이 동물을 어찌 사랑스러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움막처럼 생긴 둥그런 우리의 문을 열고 코알라가 앉아 있는 나무기둥을 밖으로 보이도록 돌려놓아도 그는 움찍 놀라는 기색조차 없이 멍한 표정으로 나뭇잎을 씹고 있다. 바삐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쉼없이 오물거리는 입 뿐. 사육사가 품에 안아 올려도, 기자가 앞에서 카메라를 연신 찰칵대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그런 무관심이 차가움으로 느껴지지 않는 건 느리고 완만한 동작 때문인지, 아니면 복슬복슬한 털과 귀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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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 붙은 둥그런 코 때문인지 모르겠다. 혹은 둘 다 때문인지도. 발라랏 야생동물공원에는 이밖에도 흥미로운 동물들이 많다. 특히, 단지 생김새가 기자에게 '비호감' 이란 이유만으로 버림받은(?) 파충류와 양서류들은 그 수가 400마리에 이르는, 호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컬렉션이다. 무엇보다 공원에 있는 모든 동물들이 아주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설립자 그렉 파커 씨와 그를 이어 이곳을 관리하는 아들, 그리고 아들과 함께 태어나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동물들. 그 가족같은 편안함이 이 공원의 매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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