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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6년 08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독일] 도시분류 : [프랑크푸르트]
기사제목
[OUTFIELD] 괴테, 그 남자의 집에 침입하다_GOETHE 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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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9년 8월 28일 정오. 나는 종탑의 시계종이 열두 번 울릴 때, 마인 강변의 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 괴테는 '시와 진실(Dichtung und Wahrheit)'에서 이렇게 자신의 출생을 묘사하며 자서전을 이어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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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테하우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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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리 교과서의 주인공 중 하나로 그리도 자주 등장했던 괴테, 당신에게 제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당신에게 붙여진 수많은 수식어들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애써 변명합니다. 독일의 대문호(大文豪), 철학자, 정치행정가, 사상가, 교육자, 과학자 등등. 지금보다도 훨씬 미성숙했던 당시로서는 ‘대체 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제가 알려고 들기에는 너무도 복잡하고 어려운 인물로 단정지어버린 채, 당신의 존재를 멀찍이 밀어내어 버렸죠. 그 후로 오랜 세월동안 당신을 잊고 살았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당신이 태어나서 자란 그 집에 와 있습니다. 이렇게 당신의 생가에 직접 들를 기회가 찾아올 줄 알았다면, 미리 당신의 뒷조사를 철저히 했었어야 함을 스스로 질책하며 당신의 집에 감히 발을 들여놓습니다. 그리고 꼼꼼히 당신의 집을 둘러보기로 작정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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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당한 재력가, 멋지게 건축된 생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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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실의 고문관이자 법률가였던 당신의 아버지와 시장의 따님이셨던 어머니, 두 분 모두 당시에는 상당한 재력가였기에 애초에 당신의 생가는 멋지게 건축되었을 테지요.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프랑크푸르트 도시의 절반 이상이 파괴되었고, 따라서 당신의 집도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당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당신네 국민들이 ‘자유독일 문화재단’을 통해 최대한 당신이 살았던 당시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복원해 놓았답니다. 베이징 스타일의 벽지에서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파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하긴, 당신이 집필에 열중할 때 사용했던 책상과 누이와 담소를 나누었던 테이블 등의 가구들은 전쟁이 터지자 미리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았었다고 하네요. 더불어 당신의 필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습작 노트와 친구 쉴러와 주고받았던 편지, 작은 메모지들 모두는 온도와 습도까지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유리관에 잘 보존되어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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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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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제가 독일어에는 완전 문맹인지라 당신처럼 위대한 사람의 애정 표현이 고고하고 도도했을지, 혹은 낯간지러울 정도의 수준인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 참으로 애석할 뿐입니다. 당신의 어머니가 정성껏 요리를 준비했었을 1층의 주방과 당신의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앉아 즐겁게 식사를 즐겼을 다이닝 룸을 둘러보고는 2층의 ‘베이징룸’으로 올라갔어요. 이곳은 무척이나 인상적인 방이었는데, 반면 중국 베이징 스타일의 벽지로 마감되었기에 이렇게 부른다고 하더군요. 당신 어머니의 안목인가요. 집안 전체의 인테리어와 비교했을 때 꽤 신선하고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 가문의 이니셜이 조각된 계단의 손잡이를 훑어보며 3층으로 오르니, 법률가답게 많은 장서들로 채워진 당신 아버지 요한 카스파 괴테의 서재, 어머니 카타리나 엘리자베트와 누이 코넬리아가 많은 시간을 보냈을 미술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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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도록 동기를 부여해줬었다던 셰익스피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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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옆모습이 그림자처럼 표현된 회화 작품 두 개가 어설프게 벽에 걸려있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당신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완성하고, 전 생애에 걸쳐 ‘파우스트’를 완성한 공간이 바로 이곳임을 알게 되자 왠지 모르게 숙연해졌답니다. 2백 년 전,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펜촉에 잉크를 채워 넣었을 당신의 창작열이 남아있기 때문일까요. 당신이 글을 쓰도록 동기를 부여해주었다던 셰익스피어. 그의 가문에서 해마다 당신의 생일이면 보내오는 꽃다발이 당신의 다락방 건너편에 걸려 있군요. 비록 동시대를 살지는 못했지만 지금 당신이 계신 곳에서 이미 그와는 조우하셨겠지요. 괴테, 당신은 결코 외롭지 않겠어요. 당신이 이 세상에서 머물다간 이 공간은 당신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즐겨 찾고 있으니. 저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고, 더불어 당신을 조금 더 알고 싶은 생각도 들었답니다. 저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시겠어요? -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은 이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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