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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6년 09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인도] 도시분류 : [바라나시]
기사제목
[COVERSTORY] 혼란의, 그러나 성스러운 도시_VARANA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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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바라나시. 아침이면 몸의 죄를 씻기 위해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는 사람들과 도로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소들의 행렬. 이런 수식어와 설명들에서, 어딘가 명상적인 풍경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바라나시는, 사실은 아주 혼란스러운 도시였다. 하지만 그런 혼란 속에서도, 바라나시를 떠날 때쯤의 나는 이미 그곳에 어느 정도 빠져들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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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그러나 밉지 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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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시화 시인의 인도 기행문인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나 ‘지구별 여행자’를 보면서, 인도 사람들의 막무가내식 언사에 귀여움을 느꼈었다. 카메라를 훔치다가 들켜도 “이 카메라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네 카메라였냐!”라고 일갈하고, 생각보다 방이 너무 누추해서 숙박비를 깎아달라고 하면 “숙박비를 깎는다고 방이 새 것이 되냐?”라고 되묻는 사람들. 그들이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혹은 자기들도 말이 안 되는 것을 알면서 그래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느 쪽이든 웃음이 났다. 인도에 가서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하지만 직접 당하고 보니 웃음만 나는 것은 아니었다. 말도 안 된다고 뿌리치고 돌아선 취재팀은 이내 우리가 갠지스 강가로 계속 들어가고 있는 오토 릭샤 행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는 말도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걸어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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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한 곳에 세워줬겠지 싶어 운전수가 가르쳐준 길로 땀을 뻘뻘 흘리며 10분이 넘게 걸어가던 취재팀은 이내 항복을 선언하고 다른 릭샤를 잡아타는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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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혼을 빼놓는 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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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시화 시인의 인도 기행문인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나 ‘지구별 여행자’를 보면서, 인도 사람들의 막무가내식 언사에 귀여움을 느꼈었다. 카메라를 훔치다가 들켜도 “이 카메라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네 카메라였냐!”라고 일갈하고, 생각보다 방이 너무 누추해서 숙박비를 깎아달라고 하면 “숙박비를 깎는다고 방이 새 것이 되냐?”라고 되묻는 사람들. 그들이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혹은 자기들도 말이 안 되는 것을 알면서 그래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느 쪽이든 웃음이 났다. 인도에 가서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하지만 직접 당하고 보니 웃음만 나는 것은 아니었다. 말도 안 된다고 뿌리치고 돌아선 취재팀은 이내 우리가 갠지스 강가로 계속 들어가고 있는 오토 릭샤 행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는 말도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걸어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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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한 곳에 세워줬겠지 싶어 운전수가 가르쳐준 길로 땀을 뻘뻘 흘리며 10분이 넘게 걸어가던 취재팀은 이내 항복을 선언하고 다른 릭샤를 잡아타는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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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 강의 새벽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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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갠지스 강을 따라서는 약 100여 개의 가트가 늘어서 있다. 가트는 강과 맞닿는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넓은 계단을 통해 내려갈 수 있다. 인도의 전역에서 온 사람들은 가트에서 목욕을 한다. 그들은 성스러운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는 것으로 육신의 죄를 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트를 타기로 한 만만디르 가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갠지스의 고요한 새벽’을 취재하려던 우리는 급히 계획을 수정했다. 수십 대의 보트가 관광객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그곳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기 때문이다. “한 장에 10루피”라고 한국말로 외치는 엽서팔이 소년들과 강물에 띄우는 꽃이 담긴 초를 파는 소녀들, 하체에 천 조각 하나만을 걸친 채 이를 닦는 나무를 질겅질겅 씹고 있는 남자들, 그리고 바닥에 군데군데 널린 배설물들. 조용히 경치를 구경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바닥만 쳐다보며 배설물 피하기에도 바쁜데. 보트에 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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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타고 나서야 갠지스 강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보트는 강변을 따라가며, 수많은 가트들을 가까이에서 보여준다. 강물은 흙빛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트에서 빨래를 하고, 목욕도 한다. 바부아 판데이 가트 위로는 하얀 색과 오래 써서 노란 색을 띠는 정사각형의 빨래가 모자이크처럼 널려있고, 그 아래에서는 두 손으로 빨랫감을 잡고 빨랫돌에 패대기치며 온 힘을 다해 빨래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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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로의 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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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에서 내린 후에는 다샤스와메드 가트 뒤쪽의 거리를 둘러보았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듯한 좁디좁은 골목은 미로처럼 뒤엉켜있어, 혼자서 다니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티와리 씨가 절대 앞사람을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앞장선다. 어딘지도 모르고 티와리 씨만을 쫓아가는 동안 꺾이는 골목의 벽마다 그려진 게스트하우스나 레스토랑의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한글로 써진 것도, 일본어로 써진 것도 있다. 이곳에 매력을 느껴 정착한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만든 것들이다. 좁은 길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소들도 자주 지나간다. 사람과 소가 마주치면 사람이 피해야한다. 소의 배설물을 피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인도 사람들은 맨발로도 잘도 지나다니는데, 조금이라도 밟을까 바닥만 보고 걷게 된다. 한 번 된통 밟고 나면, 그때는 오히려 마음 편하게 인도인들처럼 다닐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바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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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골목에는 작은 가게들이 줄을 지어 서있지만, 관광객들이 살만한 물건은 별로 없다. 그저 인도인들의 생활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유명한 바바의 모습이 담긴 액자를 옆에 둔, 그와 똑같이 꾸민 사두가,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에게 몇 푼의 박시시를 뜯어내고 있고, 한쪽에서는 머리 마사지가 한창이다. 눌렀다가 때렸다가 튕겼다가, 연신 머리가 흔들리면서도 받는 사람은 시원한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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