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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6년 09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일본] 도시분류 : [니혼바시]
기사제목
[EPISODE] 어느 노숙자에 대한 추억
| 작년 여름, 용돈을 모아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도쿄 지역을 돌아본 후 간사이로 이동, 전철을 타고 예약한 민박집이 있는 니혼바시 역으로 갔다(니혼바시 역은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상가인 덴덴타운 초입에 있다). 도쿄에서 묵었던 숙소에서 없어진 디카를 찾느라 한바탕 소란을 떨다 허겁지겁 이동을 했던 탓에 나는 아주 멍해 있는 상태였다. 도착하니 이미 밤 10시. 덴덴타운은 황량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해 일본 최대 규모의 전자상가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그 때 문득, 일본에서 이동할 때는 가능하면 낮 시간에 맞춰야지 밤에 도착하면 헤매게 된다는 친구의 조언이 떠올랐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가게는 모두 닫혀 있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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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로 가는 방향을 잡지 못해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자전거 한 대가 다가왔다. 왠지 꿈처럼 느껴지는 이상한 풍경. 노숙자로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아저씨가 자전거에서 내려 짐칸에 가득 실려 있던 박스 꾸러미를 꺼내더니 상가 건물 귀퉁이에 임시 숙소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능숙한 솜씨로 보아 그 자리에서 꽤 오래 지낸 모양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그는 간이의자에 앉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보온병에서 녹차를 따라 마셨다. 그리고 잠시 후, 처한 상황도 잊은 채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에 빠져있던 나와 눈이 마주친 아저씨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더니 내게 녹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 마침 갈증이 나던 차라 덥석 받아마셨다. 그 한 잔에 멍했던 정신도, 당황스럽던 기분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워낙 일본어를 못하는 지라 몇 번의 어색한 웃음을 나누었을 뿐 별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나는 아저씨에게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느꼈다. 노숙자 아저씨는 그렇게 따뜻한 녹차와 친절한 길 안내로 경황없는 여행자를 도와주었다. 편견을 버리고 다가설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나는 이 일로 마음을 열고 상대를 대하는 것이야말로 국경과 민족을 뛰어 넘는, 사람 사이의 보편적인 미덕임을 깨닫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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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실장_고양시 일산구 정발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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