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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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필리핀] 도시분류 :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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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필리핀의 섬이 만드는 진정한 매력의 결정체_CEBU

세부는 ‘남국의 여왕 도시’라 불릴 만큼 문화적으로 독특한 개성을 지닌 멋진 곳이다. 그리고 막탄 섬은 ‘리조트 아일랜드’라 명명될 만큼 휴양지로서의 탁월한 조건을 갖추었다. 게다가 보홀 섬은 또 어떤가. 이곳에서는 눈물이 초콜릿으로 변했다지 않는가. 비사얀 제도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반드시 이 섬들 모두에게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줘야 할 것이다.

진한 스페인의 향기가 묻어나다

동남아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대규모의 리조트 단지들이 길게 늘어선 막탄(Mactan) 섬의 동남쪽 비치로는 이토록 고운 백사장을 배경으로 자못 위풍당당한 기운이 느껴진다. 바로 ‘막탄 성지(Mactan Shrine)’가 자리하는 곳에서인데, 이곳에는 지금으로부터 4세기 전, 마젤란에 대항해 침략자들을 응징했던 막탄 섬의 왕 라푸라푸 상이 다소 외소해 보이기까지 하는 마젤란 기념비와는 대조적으로 황금빛으로 치장, 바다를 향해 용맹한 무사의 모습으로 우뚝 서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막탄 섬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칼과 방패를 거머쥔 라푸라푸 상이 엄호하는 이 바다를 향해 필리핀 전통 목선인 ‘방카’를 타고 와힐루뚜앙 섬이나 올랑고 섬으로 나아가면 된다. 이들 지역은 대개 산호섬으로 이루어졌기에 스킨 스쿠버나 스노 클링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데, 특히 빵 한 조각을 손에 쥐고 바다 속 열대어와 조우하는 색다른 경험도 꽤 즐겁다.

리조트 천국인 막탄 섬에서 천혜의 자연과 어우러진 멋진 하루를 보냈다면, 세부 본섬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막탄과 세부 섬은 두 개의 교량으로 이어져 있는데, 제1 만다웨(Mandaue) 막탄 대교가 구교, 제2 만다웨 막탄 대교가 최근에 건설된 신교가 그것이다. 세부 섬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섬으로 그 중심인 세부 시티는 필리핀에서도 마닐라, 다바오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또한 세부 주의 주도며, 비사얀의 경제적, 문화적 중심지라고 한다. 게다가 필리핀에서도 가장 오래된 역사의 도시인 세부는 오랜 세월 지배를 받았던 스페인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인류 최초로 세계일주의 항해를 지휘한 페르디난드 마젤란

포르투갈 출신의 스페인 탐험가이자 인류 최초로 세계일주의 항해를 지휘한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그의 생을 마감한 곳이 다름 아닌 이곳 세부다. 지금으로부터 약 5세기 전쯤, 마젤란은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1세의 명을 받아 3년간의 역사적인 세계일주 항해 길에 올랐는데, 그가 이끈 탐험대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아르헨티나, 우루과이를 거쳐 항해를 시작한지 2년여 끝에 괌을 비롯한 마리아나 제도를 정복하고 이윽고 필리핀에 닻을 내리게 된다. 당시 그들이 발견한 필리핀 군도는 모든 것이 갖춰진 풍요로운 곳이었고, 마젤란은 이곳 원주민들과 우호적인 관계 하에 세부의 왕과 부하들을 기독교도로 개종시키는 것에 성공한다. 하지만 세부 섬의 왕과 적대 관계에 있었던 이웃한 막탄 섬의 주민들은 마젤란 세력에 적극적으로 저항, 탐험대가 막탄 섬에 상륙하자마자 원주민들의 힘으로 이들을 물리친다. 바로 이 전투에서 위대한

항해가 마젤란은 생을 마감하게 된 것. 세부 시청 앞에 자리한, 팔각 형태의 지붕을 이고 있는 건물에는 일명 ‘마젤란의 십자가’가 있다. 마젤란이 필리핀에 상륙해 만들었다는 이 거대한 나무 십자가는 1521년 필리핀인 최초의 기독교인이 된 추장 라자 후마본과 그의 부족 8백여 명이 세례를 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가톨릭 교인이라면 죽기 전에 반드시 들러야 한다는 이 팔각정 내부의 천장에는 당시 라자 후마본 부족이 개종을 하며 세례를 받는 모습을 묘사한 벽화가 남아 있다.

'타르시어(Tarsier)',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안경원숭이

세부와 막탄 섬에서 천혜의 자연과 어우러진 스페인의 정취를 한껏 즐긴 후, 우리의 홍보대사 유진은 또 다른 필리핀의 독특한 모습을 찾기 위해 페리에 탑승했다. 막탄 섬의 남동쪽에 자리한 보홀(Bohol) 섬에 가기 위해서. 이 섬은 필리핀의 7,107개의 섬 가운데 열 번째로 큰 섬으로,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한 섬이다. 막탄에서 쾌속정을 타고 한 시간 반가량 물살을 가르면, 보홀 섬의 서쪽 가장자리에 자리한 타그빌라란에 도착한다. 이곳은 보홀 섬의 중심지로, 아직 도시인들의 손길의 덜 닿아 때 묻지 않는 필리피노들의 순박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본격적인 섬 투어를 위해 타그빌라란에서 섬 중앙으로 이동하노라니 우리네 시골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시간 가량 차로 달려 닿은 곳은 코렐라 마을. 이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타르시어(Tarsier)’, 일명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안경원숭이’이

라 불리는 귀여운 원숭이였다. 녀석은 다 성장해도 신장 30센티미터, 체중 120그램 정도. 애처로울 정도로 작은 몸집이지만, 안경원숭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커다란 눈은 마치 플라스틱 표면처럼 매끈한 광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녀석의 성격만큼은 한 성질 하는 모양이다. 이곳 보홀 섬을 비롯해 근처 레이테와 사마르, 민다나오 등 필리핀의 일부 섬을 떠나면, 바뀐 환경에 적응하려 하지 않은 채 바로 자살(?)을 감행한다고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귀여운 녀석들과 함께 하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소유욕 때문에 급기야 이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하니, 중생들이여, 제발 이토록 귀여운 원숭이들의 대를 끊어버리는 중죄를 짓지 말 지어다!

눈물의 정체는 초콜릿이었다

코렐라 마을에서의 또 다른 흥미란, 로복(Loboc) 강을 탐험하는 크루징을 즐기는 것이다. 사실 말이 탐험이지, 그저 맛깔 나는 필리핀 전통 음식들이 차려진 유람선 위에 올라, 야자수로 둘러싸인, 마치 열대림이 만들어낸 터널과 같은 로복 강 위에 몸을 맡기면 된다. 유난히 초록빛을 발하는 로복 강에서, 또 유난히 구성진 음색을 뽑아내는 필리핀 사람들의 라이브 공연을 즐기노라니, 어찌 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배 안에서의 짧은 시간이 잔잔하지만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보홀 섬의 마지막 보물을 찾아 섬 중앙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그 깊이만큼이나 애잔한 전설이 들려온다. 오래 전, 이섬에는 알로고라는 청년이 살았는데, 그는 이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알로야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지극 정성으로 그녀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나게 되었고, 그는 슬픔에 빠져 한없이 눈물을 흘렸

다고 한다. 그의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린 많은 눈물이 만들어낸 것이 바로 ‘초콜릿 힐’이란다. 애달픈 이 대목에서 왜 피식 웃음이 날까. 그의 볼에서 초콜릿이 줄줄 흘러내리는 쓸데없는 상상을 잠시 했더랬다. 초콜릿 힐이라는 이름은 이곳의 특수한 지형이 마치 ‘키세스 초콜릿’과 같아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봉긋봉긋 솟아 있는 높이 30미터 가량의 수천 개의 봉우리들은, 특히 필리핀의 건기에 해당하는 4~7월이면 진한 갈색을 띠어 정말 거대한 초콜릿 덩어리를 엎어 놓은 것 같단다. 214개의 계단을 올라 전망대에 이르면 이와 같은 특이한 광경을 만끽할 수 있는데, 이 계단은 워낙 210개 정도였는데, 역시 초콜릿 컨셉으로 하다보니,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착안, 네 개의 계단을 추가해 214개로 맞췄다고 한다. 필리핀관광청 홍보대사의 임무를 안고 여정에 오른 유진. 쌕쌕, 숨을 몰아쉬며 초콜릿 힐 전망대에 올라 온 세상을 가득 덮어버린 초콜릿의 세상을 바라보노라니, 일주일이라는 필리핀에서의 시간이 그녀가 지금껏 맛보았던 그 어떤 초콜릿보다도 진한 맛과 향을 발하는 것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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