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슬람 국가에 '다양성' 이나 '열정' 같은 수식어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중앙에 있는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예외다.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는 그들의 가슴속에도 뜨거운 불길이 있고 다채로운 색깔이 있음을 세상에 알려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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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의 비빔밥'을 맛보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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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으로는 중국, 서쪽으로는 인도라는 거대 문명을 접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것은 필연이다. 거기에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아 영어와 알파벳까지 쓰고 있으니 말레이시아야말로 다민족, 다문화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나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말레이시아에는 미국처럼 '문화의 용광로' 라는 표현을 갖다 붙이기에는 부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문화와 라틴 문화, 그리고 유럽 출신의 백인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미국문화'라는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 낸 미국과 달리 말레이시아의 여러 문화들은 여전히 각기 독특한 성격을 '따로, 또 같이' 유지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문화가 다양한 뿌리와 배경을 가진 문화들이 성조기 아래서 어떤 식으로든 수렴된 것이라고 볼 때 말레이시아 문화는 특별히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 다양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 용광로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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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비빔밥 쪽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용광로보다 비빔밥이 좋은 점은 강조하는 재료에 따라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미나리를 많이 넣어 상큼한 맛을 강조하거나 고추장을 듬뿍 얹어 매콤한 맛을 부각시키듯, 말레이시아라는 문화는 사람에 따라 중국풍으로 보일 수도, 인도풍으로 보일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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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는 북쪽으로부터 전해온 중국문화, 서쪽에서 온 인도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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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말레이시아 방문의 해를 상징하는 로고도 이런 특징을 잘 나타낸다. 말레이시아의 국화인 하이비스커스를 형상화한 이 로고는 5장의 꽃잎이 빨강, 파랑, 녹색,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각기 다른 색을 갖고 있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꽃을 구성하고 있다는 뜻. 이런 다양한 문화를 골고루 맛보기 위해 사람들은 말레이시아의 구석구석을 훑는다. 이 나라의 중심 도시인 콸라룸푸르엘 가도 좋고 남부의 유서깊은 도시인 말라카로 가도 좋다. 그외 어느 도시를 가든 한 가지 문화로는 정의할 수 없는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얼굴을 볼 수 있다. 직접 찾아다니는 대신 말레이시아의 '비빔밥'을 편하게 맛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열리는 다양한 축제들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컬러 오브 말레이시아'를 구경하는 것이다. 말레이 어로 '치트라와르나 말레이시아'라고 불리는 이 축제는 2천 6백만 인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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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진 말레이시아 전체가 화려한 색채와 율동, 음악으로 들썩이는 대규모 축제다. 말레이 문화를 구성하는 중국계와 인도계, 보르네오 섬의 사바와 사라왁 주의 원주민을 포함한 수많은 인종과 문화를 한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이때다. 축제 당일에는 말레이시아의 14개 주를 대표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각각의 문화를 담은 퍼레이드를 벌이고 이어지는 축제 기간 동안 전통 악기 공연, 음식과 음악 축제, 전시회, 전통 시 낭독, 무술공연 등이 긑없이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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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 가지 색의 끝없는 행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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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끝없는 공연과 음악이 이어지는 대규모 퍼레이드다. 말레이시아의 국왕과 총리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도 이 화려한 행사를 빠짐없이 관람한다. 같은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을 보면 알 수 있듯 국왕이 존재하는 국가에서 국왕은 결코 고만고만한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올해로 8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행사에 항상 국왕이 함꼐한다는 사실만 봐도 말레이시아가 여기에 쏟는 정성을 짐작할 수 있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시각은 밤 8시. 이보다 훨씬 전부터 콸라룸푸르 시내는 도로와 공원 할 것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찬다. 이들 사이에 묻혀 콸라룸푸르의 중심인 메르데카 광장을 기점으로 시내를 한 바퀴 돌아오는 퍼레이드를 지켜보고 있으면 왜 말레이시아라는 나라를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할 수 없는지, 왜 이 나라의 문화를 비빔밥이라 불러야 하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네 시간이 넘도록 계속되는 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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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드를 보고 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컬러 오브 말레이시아라는 이름 그대로 화려한 색깔들이다. 중국과 인도와 동남아시아 여러 민족들을 매혹시킨 색깔은 어찌나 총천연색이던지, 색상표에 있는 색이란 색은 다 긁어모은 듯한 광경에 관객들도 압도당한다. 다양한 색의 사용을 두고 무질서하다거나 촌스럽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분명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민족들이 사용하는 색은 다채롭기는 하나 패션쇼에 나오는 작품처럼 세련되거나 사려깊지는 못하다. 그렇다고 누굴 비난하겠는가. 열대 정글의 꽃과 나무들이 그토록 다양한 색을 가진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듯 온갖 색을 다 갈무리한 민족들의 의상에도 각각의 역사와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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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의 문화 전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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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퍼레이드는 동쪽 지방의 전통 무용인 '킹궁', '아얌 디디' 등을 선보이는 페를리스 지역의 공연과 함께 시작되었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독특한 전통 악기인 '니이루', '부잠' 등으로 연주되는 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음악과 함께 손과 허리를 이용한 다양한 율동을 보여준다. 그 뒤로 꽃과 나무를 형상화한 파항 지방의 공연, '바람 아래땅' 이라는 멋진 별명을 가진 사바 지방의 춤,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이 떠오르는 테렝가누 지방의 북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긴 행렬의 마지막을 장식 하는 '쿡쿡 수라핏' 공연이 메르데카 광장을 지나가고 나면 시간은 어느새 밤 열두시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북소리와 이름모를 악기소리, 수많은 색깔과 율동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그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모든 공연이 끝나면 퍼레이드는 성대한 불꽃놀이와 국왕의 행진으로 마무리된다. 한가지 눈길을 끌었던 것은 마지막 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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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에 포함되어 있는 국가와 구호 제창이었다. 식전 행사 정도에 포함되는 것이 보통인 국가가 왜 마지막으로 갔을까? 수많은 민족이 각자 준비한 문화를 광장에 아낌없이 쏟아부은 다음, '그래도 우리는 말레이시아의 일원' 이라는 점을 되새겨 보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국가를 부르고, '만세삼창' 비슷한 구호를 함께 외친 다음에 국왕은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광장을 천천히 빠져나갔다. 콸라룸푸르의 한여름 밤을 화려하게 물들인, 한 동남아 이슬람 국가의 숨겨진 열정을 아낌없이 발산한, 그래서 이방인의 눈에는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었던 네 시간의 대단한 행진의 끝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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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한 문의_말레이시아관광청 서울사무소 02-779-4422 |
| www.mtp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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