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8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나는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대학 후배, 프랑스 친구와 함께 4박 5일의 일정으로 캐나다 서부 로키산맥 여행을 계획했다. 좀 더 편하게 여행하고 싶어 인터넷으로 한국교민을 대상으로 하는 패키지여행을 알아보고 있던 차에 눈에 띄게 저렴한 가격의 상품이 있어 바로 계약을 하고 그 다음 주에 여행을 시작했다. 고대하던 출발일. 우리 일행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대감에 나름대로 멋있게 차려입고 재미난 인사말까지 준비해 여행사 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버스 계단을 올라선 순간 우리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차 안은 효도관광을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그제서야 상품 가격이 싼 이유를 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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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예상과는 다른 시작이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과 눈이 시원해지는 로키산맥은 매순간 우리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일정이 워낙 빡빡해 예정된 장소에 도착하면 사진촬영을 위해 30분만 주어질 뿐, 자연을 만끽할 충분한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우리들은 이미 고등학교 때 해 본 수학여행으로 한국식 여행 문화에 익숙해져 있어 큰 불만은 없었으나 프랑스 친구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불평이 대단했다. 결국 매 코스마다 출발시간이 지연되어 어르신들께 일일이 사과를 드리며 녀석을 찾으러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만 했다. |
|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우리 삼총사가 의기투합하여 약속시간보다 무려 30분씩이나 늦는 대 반란을 일으켰던 곳, 세계 10대 절경 호수의 하나이자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루이스 호수였다. 루이스 호수는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웅덩이에 빙하가 녹아 내려 생긴 호수로,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까지 비춰 멋진 장관을 자랑하며 호수 근처에 있는 고풍스러운 호텔은 호수와 주변을 더욱 환상적으로 만들어준다. 우리 삼총사는 에메랄드 빛 호수에 완전히 매료되어 ‘20분 가지고는 배로 호수 한 바퀴를 돈다는 것은 어림도 없다’는 가이드의 말을 뒤로 한 채, 3인용 카누를 빌려 호수의 중앙까지 갔다. 생각과는 달리 노를 젓는 것이 쉽지 않아 되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프랑스 친구의 결사적인 반대로 한바퀴를 다 돈 후 헐레벌떡 버스로 뛰어갔다. 예상대로 가이드의 따가운 눈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버스에서 30분 이상 가다린 어르신들은 “역시 젊은 사람들이 다르긴 다르다”라고 하며 삼총사의 객기를 호탕하게 용서해 주셨다. |
|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과 함께 한 그 여행은 많은 분들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프랑스 친구에게 한국식 단체관광과 한국 사람들의 따스한 정을 보여 줄 수 있었던 재미있고 뜻 깊은 여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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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_서울시 구로구 오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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