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씨시에서 피렌체로 넘어가니 저녁 9시가 넘어있었다. 피렌체에서는 1박만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곳의 기막힌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건 그날 밤 뿐이었다. 나와 친구는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차려주신 맛있는 저녁을 먹고 숙소 앞에서 13번 버스를 탔다. 야경이 멋있다고 알려진 미켈란젤로 언덕까지는 30여 분을 가야했다. 초행길은 언제나 설레이고 떨리는 법. 두리번두리번 버스의 빈자리를 찾는데 뒤에서 “한국인이세요?”라는 말이 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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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를 돌려보니 한국인 남자가 손을 흔든다. 반가운 마음에 그와 여행얘기를 나누며 함께 미켈란젤로 언덕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야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멀리 보이는 돔은 영화 ‘냉정과 열정’의 배경이 된 바로 그곳이다! 우리는 넋을 잃고 풍경에 빠져있는데 그 남자가 5분 뒤에 오는 버스를 타야만 숙소에 늦지 않게 도착한다고 당부한다. 할 수 없이 짧게 야경 감상을 마치고 정류장으로 왔는데 그곳에는 버스도, 그 남자도 없었다. 당황해서 정류장에 있는 시간표를 보니 1시간 후에나 차가 있었다. 버스시간까지 알려주는 친절을 베풀더니 혼자서 홀랑 가버린 그 남자를 원망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남자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두 손엔 캔 맥주를 들고! ‘이만한 야경 앞에서 맥주 한잔 정도는 기울여줘야 한다’는 그의 말에 우리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지 않을 수 없었다. 버스를 놓친 건 아깝지만 여자 둘 앞에 나타난 청년은 더없이 듬직했다. |
| 우리는 한 시간 동안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다 버스를 탔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그만 정류장을 잘못 내리고 말았다. 그 남자도 우리도 피렌체는 처음이라 길을 모르는데다 밤이 깊어 인적도 드물었다. 지도를 들고 한참을 헤매다 포기하고 아무렇게나 걸어가니 신기하게도 숙소 앞에 있는 공원이 나타났다. 안도감과 피로가 몰려온 우리는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서둘러 민박집으로 들어갔다. 그게 마음에 걸려서인지 피렌체의 환상적인 야경이 떠오를 때마다 그 남자가 생각난다. 그 남자도 여행을 무사히 마쳤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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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_서울시 강북구 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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