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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6년 11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스위스] 도시분류 : [융프라우]
기사제목
[COVERSTORY] 유럽의 지붕에 걸터앉다_Jungfraujoch
|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다면! 그 상상만으로 아찔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할 것이다. 대자연의 위용에 마냥 숙연해지기도 할 것이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도전 정신도 샘솟을지어다. 여기,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에서 이 모든 감흥은 현실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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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지붕을 향해 길을 떠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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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생긴 스위스 소녀 하이디가 예쁘장한 독일 소녀 클라라를 데리고 온 알프스, 특히 스위스의 알프스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세계적인 산악 휴양지로 알려진 생모리츠가 자리한 남동쪽의 베르니나 지역, 체르마트와 마테호른 등 4천 미터 이상의 봉우리를 서른 개 이상 지닌 스위스 서쪽의 발리알프스, 그리고 그 중간쯤에 자리한 베르너 오버란트(Berner Oberland). 이번에는 바로 이곳 베르너 오버란트의, 그 유명한 융프라우(Jungfrau)에서 스위스 알프스의 하이디를 찾아 나섰다.일반 여행자에게 알려진 ‘융프라우’ 관광이라 함은 해발 4,158미터에 달하는 융프라우 뿐만 아니라 그와 나란히 자리하는 묀히(Monch, 4,107미터)와 아이거(Eiger, 3,970미터)의 세 봉우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베르너 오버란트 지역의 여행을 일컫는다. 그리고 이 여행의 중심에는 해발 567미터에 자리한 인터라켄(Interlaken)이라는 도시가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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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 빙하가 녹아내려 그 빛깔마저 신비로운 툰(Thun)과 브리엔츠(Brienz)라는 두 개의 호수 사이에 자리한 이 도시는 융프라우를 여행하는 시발점이 된다. 인터라켄에는 동(Ost)과 서(West)에 각각 기차역이 있는데, 융프라우로 오르는 모든 기차는 인터라켄 오스트(Ost)역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명심할 것. 이 도시에 대해서는 다음 테마에서 보다 상세하게 언급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융프라우 철도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융프라우 정상으로 오르기 위한 기차 여행의 루트는 두 가지다. 인터라켄 오스트 역을 출발한 기차는 빌더스빌(Wilderswil)을 거쳐 쯔바이루취넨(Zweilutschinen)에서 잠시 멈춰서 열차를 분리시킨다. 이곳에서 동쪽의 그린델발트(Grindelwald)로 돌아가는 열차와 라우터브룬넨(Lauterbrunnen) 가는 열차가 분리되므로 애초에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해 좌석을 정해 탑승해야 함을 잊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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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개비의 시가와 1천 5백 리터의 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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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잠시 융프라우 철도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1912년에 완공된 이 철도는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유럽에서 최고 높은 곳에 자리한 철도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 3,454미터) 사이를 운행한다. ‘유럽의 정상(Top of Europe)’으로 불리는 융프라우로 이끌어주는 이 길은 총 12킬로미터에 달하는데,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첫 번째 정거장인(철도는 융프라우요흐에 이를 때까지 세 번 정차한다) 아이거글래처(Eigergletscher)까지의 2킬로미터는 산악지역을 가파르게 오르고, 다시 아이거글래처에서 아이거반트(Eigerwand)와 아이스미에르(Eismeer)를 거쳐 융프라우요흐에 이르는 약 10킬로미터 구간은 암반을 뚫은 터널 속에서 운행된다. 그렇다면 이 철도는 언제, 누구에 의해 건설되었을까. 지금으로부터 104년 전, 아돌프 구에르첼러(Adolf Guyer-Zeller)라는 엔지니어는 딸과 함께 융프라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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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를 산책하던 중, 이곳까지 열차를 연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당시 열차는 클라이네 샤이덱까지만 연결되어 있었고, 따라서 그는 아이거와 묀히 봉의 암반 속에 터널을 뚫어 융프라우에 도달하는 철도를 설계하기에 이른 것. 어렵사리 스위스 의회의 승인을 받아낸 1896년, 드디어 역사적인 이 철도 건설의 첫 삽질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혹한과 폭설, 높은 고도에 따른 혹독한 자연 조건과 막대한 공사비(1천 5백만 스위스 프랑), 붕괴사고 등으로 애초의 7년 공기는 16년으로 늘어났고, 게다가 설계자인 아돌프는 공사 시작 3년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하지만 융프라우철도 건설의 역군들은 이 모든 악조건을 극복해냈고, 드디어 1912년 8월 1일 스위스 독립기념일에 맞춰 유럽 최고의 철도 개통식을 치러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16년 동안 3백여 명의 건설 역군들은 2톤의 감자, 1천 5백 리터의 와인, 12톤의 밀가루, 3천 개의 달걀, 5만 개비의 시가, 4톤의 고기, 4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커피로 연명하며 이토록 대단한 유럽 최고의 철도를 완성해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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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정상에 우뚝 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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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벽 등반으로 유명한 아이거 북벽과 알프스 최대의 빙하를 조망할 수 있는 아이거반트와 아이스미에르(‘얼음의 바다’라는 뜻)의 전망대에서 각각 5분 씩 정차했던 융프라우철도는 이윽고 ‘유럽 최고(最高)의 기차역’인 융프라우요흐(3,454미터)에 종착한다. 암반 터널 속의 역에 하차하면, 당신을 처음으로 반기는 문구가 바로 ‘유럽의 정상(Top of Europe)’이다. 이 글귀가 쓰여진 융프라우요흐의 구조물은 1970년대 건설된 것이다. 애초 1924년 지어져 화재로 소멸된 산정 휴게소가 오늘날 ‘유럽의 정상’의 복합 구조물로 새로 탄생된 것인데, 이 또한 건설 인력들의 엄청난 희생과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겠다. 평균 기온 영하 8도의 혹한, 예측불가의 눈사태, 시도 때도 없이 내리치는 번개와 상상을 초월하는 강풍의 위험을 모두 이겨내고 만들어낸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구조물은 천연에너지를 혁신적이고도 고차원적인 방법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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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화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외부와 철저하게 격리된 상황에서 낮에 모은 태양열은 밤 시간 동안 저장되어, 전구, 전기용품, 심지어 방문객의 체온 유지를 위한 난방에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결과 이 안에서의 별도 난방 시설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햇빛이 비추지 않아 외부 온도가 영하 30도까지 떨어진다 할지라도 추가 난방 공급이 필요 없을 정도. 다만 밤 시간에는 융프라우 철도역의 자체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실내온도를 영상 18도로 유지하기 위한 난방을 하고 있단다. 더불어 식수는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철도로 운반하며, 식수 이외의 물은 5~9월 사이에 충분히 녹아내린 눈을 사용하고, 오・폐수는 그린델발트까지 이어진 10킬로 가량의 긴 파이프를 통해 완벽하게 위생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구조물 내에는 동시에 7백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멋진 뷰를 갖춘 다섯 개의 레스토랑과 카페, 바가 자리하고, 갤러리와 응급 처치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쇼핑센터 등이 자리한다. 또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도 있어 ‘유럽의 정상’ 스탬프가 찍힌 엽서 한 장을 발송함으로써 당신이 이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해 보일 수도 있겠다. 이 우체국에서는 일년에 10만 통의 엽서를 전 세계로 배달하고 있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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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 얼음궁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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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와 묀히, 아이거, 소위 ‘세 자매’로 불리는 봉우리를 감상하며 점심 식사를 마친 후, 긴 터널을 통해 ‘얼음 궁전(Ice Palace)’로 향해보자. 1934년 벤겐과 그린델발트 출신의 두 명의 산악가이드에 의해 만들어진 이곳은 알프스에서 가장 긴 22킬로미터에 달하는 알레치 빙하 아래 자리하고 있다. 천장에서 기둥, 바닥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얼음으로만 만들어진 이곳은 ‘이 모든 것이 정말 다 얼음일까’라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정교함과 웅장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이 궁전은 해마다 전 세계로부터 5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만큼 그들의 체온으로부터 얼음이 녹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실내 온도를 항상 영하 2도로 유지하는 특수 기계를 가동하고 있는데, 기특하게도 이 장비는 관광객의 체온으로부터 발생하는 온기를 이 구조물의 난방에 재활용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단다. 얼음 궁전을 돌아본 후 자연스럽게 밖으로 연결되는 '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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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토(Plateau)’로 나가본다. 스위스의 빨간 국기가 설원에서 더욱 선명하게 돋보이는 플래토는 그 전망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혀 과연 ‘유럽 최고의 정원’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플래토는 약 9백 미터 두께의 눈을 말하는데, 날씨가 허락한다면 발 아래로 브리엔츠와 툰 호수를 중심으로 펼쳐진 스위스의 아름다운 마을이 아련하게 펼쳐지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융프라우요흐 여행에서의 백미는 아마 ‘스핑크스(Sphinx)’에 올라보는 것일 테다. 무려 해발 3,571미터에 자리한 이 전망대는 단연 유럽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데, 최근 신설된 2개의 엘리베이터는 108미터 높이의 전망 테라스에 이르는데 단 25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곳에 올라 바닥이 철그물 소재로 마감된 야외 테라스를 거닐어 보자. 다소 아찔한 느낌은 어느새 스릴 만점의 잊지 못할 기억으로 바뀌어 있을 테니. 더불어 이 건축물은 스핑크스 암벽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세워진 반구형 지붕의 천문대까지 갖추고 있어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각종 행성의 관측은 물론 오존층 연구 등 다양한 천문학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토록 대자연과 인간이 빚어내는 완벽한 하모니가 있기에 바로 이곳을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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