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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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스위스] 도시분류 : [융프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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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융프라우를 더욱 신나게 즐기는 법_Activities

알프스를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고요한 마을로만 상상했던 이들이여, 이젠 위풍도 당당하게 알프스 봉우리를 향해 스카이다이빙을,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만든 아찔한 계곡을 향해 캐년 점핑을, 그리고 야생화가 만발한 호숫가를 따라 하이킹을 즐겨보라. 즐거운 비명이 경쾌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바로 이곳 융프라우에서!

대자연이 선사하는 감동 속으로

대자연이 선사하는 감동 속으로융프라우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그 다양한 액티비티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그린델발트(Grindelwald). 이 마을의 메인 도로에는 각종 트레킹과 암벽 등반을 위한 장비들을 팔거나 빌려주는 숍들이 즐비하다. 또한 인솔이 필요한 여행객을 위해 전문 가이드 서비스를 하거나 다양한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상당히 많다. 호객 행위란 없으니 찬찬히 둘러보고 정말 경험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된다. 물론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지도 한 장을 펴들고 스스로 루트를 정해가며 가볍게 하이킹을 즐기는 것 역시 훌륭한 선택이다. 그래서 가벼운 것, 하이킹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융프라우, 묀히, 아이거 등의 세 봉우리가 자리하고 있는 융프라우 지역에는 공식적으로 76개, 총 2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하이킹코스가 있고,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짧

게는 30분, 길게는 5시간 반 가량이 소요되는 다양한 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사실 정해진 시간에 어느 목표지점에 반드시 골인해야하는 중압감에 시달리는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그저 내키는 대로 루트를 정해보는 것이 진정 알프스의 하이킹을 즐기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의심 많은 기자는 과연 지도에 표시된 소요시간과 코스 등이 정확할까 싶어 확인도 할 겸 ‘1번’ 코스를 택하고는 그린델발트를 출발, 30분 가량 케이블카를 타고 피르스트(First)로 향한다.

융프라우 창공을 멋지게 날다

해발 2,168미터의 피르스트 마을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하이킹을 시작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쭈그리고 앉아 운동화 끈을 조여 매다보니, 먼발치에서 그 빛깔도 알록달록한 거대한 풍선 같은 것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취재팀이 있던 곳으로부터 불과 100미터 떨어진 이곳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은 알프스의 멋들어진 산들을 병풍처럼 두른 그림 같은 마을들을 내려다보며 비행을 위한 점프를 할 수 있도록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였다. 융프라우의 창공을 멋지게 날아다니기에 적당한 바람을 기다리는 이곳 글라이더들의 표정은 꽤나 진지하다. 마침내 때가 되었는지 그 중 나이가 가장 들어 보이는(짐작컨대 최소 예순 살은 넘었을 것이다) 한 남자가 멋지게 뜀박질을 시작했고, 급기야 알프스의 상쾌한 바람에 몸을 싣고 날아오른다. 이곳에서는 패러글라이딩뿐만 아니라 행글라이

딩, 심지어 비행기에서 융프라우의 수 많은 봉우리들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넘치는 에너지의 소유자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비록 직접 체험해볼 용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들이 융프라우의 푸른 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꾸미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융프라우를 오래도록 추억하게 하다

애초 출발했던 피르스트 역 근처로 돌아와 살짝 후들거리는 다리를 쉬게 해줄 겸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신 후, 다시 케이블카에 탑승해 보르트(Bort)에 이른다. 이곳에서부터는 더 이상 전기의 힘이 빌리지 않고 내 육신의 기운만으로 그린델발트까지 가보기로 한다. 일명 ‘서서 타는 자전거’인 스쿠터 바이크(scooter-bike)를 타고. 페달 없는 자전거에 처음에는 무척 어색하지만, 금세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내리막길로 치닫는 즐거움은 무척이나 짜릿하다. 융프라우 지역에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만큼이나 자전거 여행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다. 총 420킬로미터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가 마련되어 있으니, 알프스를 여행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보르트에서 그린델발트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 전혀 없어 손으로 조절하는 브레이크만 잘 작동한다면, 그저 알프스 마을의 구석구석을 즐기며 목적지에 안전하게 이를 수 있

다. 하이킹과 바이킹에서 느낀 유쾌함은 그린델발트에 도착해 바로 캐년 점핑(Canyon Jumping)으로 이어갔다. 그린델발트 마을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약 10분 거리에는 빙하가 만들어낸 멋진 계곡인 ‘마르마르브루흐(Marmarbruch)’가 자리한다. 차에서 내려 좁은 산길을 따라 계곡을 향해 걸어가니 깊은 계곡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서늘한 기운과 절벽에 부딪쳐 울려퍼지는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온다.

아찔하고 짜릿했던 순간

아뿔싸. 계곡의 물은 까마득한 발 아래로, 잘 보이지도 않는다. 무려 120미터의 높이란다. 과연 이곳에서 내 팔뚝보다 가는 밧줄 하나를 믿고 뛰어내려도 될까. 후회는 소용없었다. 이미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고, 어느새 몸무게는 체크되어 적당한 밧줄이 몸을 감싸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은 그나마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지닌 공포심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리라. 모든 준비를 마치고 점프대에 서자 정신이 몽롱해진다. 이 지경인 사람에게 너무나도 차분하게 멋진 포즈로 점핑을 설명하는 야속한 가이드.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그의 말에 따르면, 일반 번지 점프는 수직 하강이기에 그대로 아래를 향해 떨어지면 되지만, 캐년 점핑은 말 그대로 계곡 사이를 추 운동의 원리를 빌려 즐기는 것이기에 반드시 두 팔을 벌려 날아오르듯 뛰어 내려야 한단다. 고백컨대, 정확하게 세 번의 망설임 끝에 뛰어 올랐다. 서너 걸음 도움닫

기를 해야 하는데, 첫 번째는 다리 자체가 요지부동이었다. 다시 시도. 가이드가 주저하는 기자에게 카운트다운을 해주겠다고 한다. “쓰리, 투, 원!” 달렸다. 그런데, 점프대 바로 앞에서 그만 아래를 보고 말았고,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으로 멈춰서 버렸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뭔지 모를 자괴감 같을 것이 느껴졌고, 그가 ‘원’을 외치기도 전에 하늘을 향해 뛰어 올랐다. 1초쯤, 가슴을 돌덩이로 내리치는 듯한 압박감은 이내 뻥 뚫리며 동시에 성대까지도 트이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난생 처음으로 엄청난 괴음을 질러대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기암절벽 사이로 날고 있었다. 발아래로는 거친 계곡 물이 으르렁대고 있었고, 나는 그 위에서 계곡의 바람을 가르며 날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래서 뛰어내리는구나!’ 혹자는 두 번은 못할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지만, 그래도 융프라우의 멋진 계곡 사이를 비행했던 그 아찔하고 짜릿했던 순간은 오랜 감동으로 이곳을 기억하게 만들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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